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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李庭植)

이정식(李庭植) 경희와의 인연
이정식 교수와 경희의 인연은 한국전쟁 중 피란지 부산에서 시작됐다. 만주에서 중일전쟁, 국공내전을 겪으며 소년가장이 된 이 교수는 학업을 포기한 채 생업에 뛰어들었고, 한국전쟁 중 월남해 부산에 정착하면서 경희대학교(당시 신흥대학교)를 찾았다. 그는 경희에서 다시 학업을 이어갔지만, 졸업하지 못했다. 미군 부대에서 중국어를 통역하면서 유학의 기회를 얻어 미국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그와 경희의 인연은 1962년 다시 이어졌다. 1961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 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가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강단에 서게 되면서다. 그는 1963년 펜실베이니아대 정치학과 교수로 임용돼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강의, 특강, 콜로키움 등을 통한 교육과 연구, 저서 인세 및 장서 기부, 자문 등의 활동으로 경희와의 인연을 꾸준히 이어갔다. 그 인연으로 경희는 2014년 이정식 교수에게 명예(학사)학위를 수여했다.

교육 및 연구 활동

이정식 교수는 1962년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시작으로 평화복지대학원, NGO대학원(현 공공대학원)에서 ‘한국 정치론’, ‘남북한 관계론’, ‘한국 역사와 문화’, ‘북한 정치와 사회’, ‘일본 정치와 사회’, ‘미국 정치와 정책’, ‘동아시아 근대화 비교’ 등 현대 한국정치와 국제관계에 관한 강의와 연구를 해왔다. 또한, 석학 초청 특강, 콜로키움 등을 통해 50년 동안 탐색해온 학문적 성과를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체험담을 곁들이며 후학들에게 학문하는 방법과 탐구 과정에서 맛보게 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자상하게 들려줬다.

그는 2011년과 2014년, ‘21세기에 다시 보는 해방후사’와 ‘21세기에 다시 보는 독립사상’을 주제로 각각 4차례에 걸쳐 석학 초청 특강을 진행했다. 21세기의 눈으로 역사를 재조명하고, 한반도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 국제관계를 두루 살피는 넓은 시야로 분단 원인과 독립운동의 의미를 규명한 그는 한국 근현대사의 새로운 성찰의 길을 제시했다. 역사의 긴 안목에서 한국전쟁의 현재적 의미를 재해석하면서 ‘중국의 내전은 한반도 분단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새 학설을 처음 소개하기도 했다. 첫 번째 석학 초청 특강 결과물은 2013년 『21세기에 다시 보는 해방후사』(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펴냄)로 발행됐다.

2012년에는 경희대 부설 한국현대사연구원 설립을 앞두고 열린 ‘미래문명원 콜로키움’에서 한국현대사 연구 방향에 관해 조언했다. 이에 따라 한국현대사연구원은 국가와 민족과 이념의 울타리, 그리고 세분화·전문화된 학문의 경계를 넘어 국제사, 인류사, 문명사의 맥락 하에서 한국현대사 연구·교육·실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실천 활동

이정식 교수는 2007년부터 최근까지 경희대학교 글로벌 트러스트(Global Trust) 기금과 평화복지대학원 기금을 기부했다. 이 기금에는 그가 로버트 스칼라피노(Robert A. Scalapino) UC 버클리 교수와 공동 저술한 『Communism in Korea』의 한국어 개정판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2015, 돌베개 펴냄)의 인세 전액이 포함돼 있다. 『Communism in Korea』는 1973년 미국에서 발행됐으며, 이듬해 미국정치학회 최우수 저작상(Woodrow Wilson Foundation Award)을 수상한 세계적 명저로 꼽힌다. 그는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 외에도 『21세기에 다시 보는 해방후사』 인세와 수천 권의 장서도 기증했다. 그가 1995년부터 2015년까지 평화복지대학원에 전달한 장서 수는 5,363권에 달한다. 그의 은사인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도 소장 도서 3,217권을 평화복지대학원에 기증했다.

또한 그는 1997년, 세계 석학 5인으로 구성된 평화복지대학원 자문위원회(Board of Advisor)에 참여해 경희대학교와 평화복지대학원의 발전 방향,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의 평화 사상 및 세계평화 운동에 관해 자문했다. 평화복지대학원 자문위원회는 이정식 교수를 비롯해 한반도-아시아 정치·사회 문제의 세계 석학인 로버트 스칼라피노 UC 버클리 명예교수, 현대 국제정치이론의 기초를 쌓았다고 평가받는 케네스 월츠(Kenneth Waltz) 컬럼비아대학 교수, 경제발전론 분야의 세계 석학인 드와이트 퍼킨스(Dwight Perkins) 하버드대학 교수, 세계적으로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로버트 길핀(Robert Gilpin) 프린스턴대학 교수 등으로 구성됐다.